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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조각

말의 품격-이기주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by 서현 아빠 2020. 2. 4.

《언어의 온도》의 작가 이기주. 2017년 출간한 《말의 품격》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P7

 

의지할 곳 없어 쓸쓸한 사람들에게 말이라는 교각은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다.
하지만 교각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교각을 연결할 때 부실공사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작가는 《말의 품격》에서 말이라고 하는 교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지를 전한다.

 

이청득심(以聽得心)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과언무환(寡言無患)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언위심성(言爲心聲) 말은 마음의 소리다
대언담담(大言炎炎) 큰 말은 힘이 있다

 

말의 품격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에 앞서 '듣는 것'과 '공감하는 것'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자기 생각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공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P27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감정이 마음속에 흐르는 것이 공감이라면, 남의 딱한 처지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연민이 마음 한구석에 고이면 동정이라는 웅덩이가 된다.
웅덩이는 흐르지 않고 정체돼 있으며 깊지 않다. 동정도 매한가지다. 누군가를 가엽게 여기는 감정에는 자칫 본인의 형편이 상대방보다 낫다는 얄팍한 판단이 스며들 수 있다. 그럴 경우 동정은 상대의 아픔을 달래기는커녕 곪을 대로 곪은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것밖에 안 된다.
P43

 

자신의 말이 봄날의 따스한 햇볕이 될지 아니면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그늘이 될지 항상 따져 보아야 한다. 그렇게 정성을 담아 만든 교각은 쉽게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이다.

 

이른 봄에 골목이나 처마 밑을 지나다 보면 희끄무레한 잔설이 쌓여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연의 섭리가 그렇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곳에서 얼음이 저절로 녹을 리 없다. 빛을 쫴야 겨우내 언 땅이 풀린다.
사람 감정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따스한 햇볕 아래 서 있을 때 삶의 비애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시들한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꽁꽁 얼어붙은 가슴도 녹아내린다.
P230

 

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은이)
황소북스
2017-05-29
232쪽
ISBN : 9788997092772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8697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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